
최근 스트레스가 쌓여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랑, 그러니까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는다.
그렇다고 너무 적게 주면 말라 죽는다. 적당히 마음을 쓰는 일은 식물에게도 쉽지 않다.
푸릇푸릇한 잎사귀를 보고 있으면 ‘싱싱하네… 예쁘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얼마 전에는 다이소에서 그린빈 씨앗을 발견했다.
껍질째 먹는 콩인데, 개인적으로 꽤 좋아해서 골랐다.
그런데 씨앗 수에 비해 화분이 너무 작고 깊이도 얕았던 걸까.
콩대가 자랄수록 점점 기울더니 결국 할머니처럼 허리가 굽어버렸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세 그루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솎아냈다.
그렇게 남은 콩들도 어느덧 수확할 때가 되어 꼬투리를 꽤 맺었다.
대견하기도 하고, 중년을 맞이하는 나와 괜히 대비되어 어딘가 서글프기도 하다.
그래도 좁은 화분에서 저렇게 힘을 내고 있구나 싶어 매일 퇴근하고 돌아오면 물을 주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원한다.
조금만 더 힘내.
그리고 현재 지금까지 수확한 그린빈은 다섯 개. ㅋ
아주 연하고 부드러운 녀석들로 골라 냉장고에 잘 넣어두었다.
내일은 올리브유에 볶아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을 계획이다.
몇 입이면 끝나겠지만, 직접 키운 콩이라 그런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양귀비도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잎을 내며 열심히 자라는 중이다.
다만 최근 추워진 날씨 탓에 성장이 더디다.
더 추워지면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요즘은 금목서나 천리향, 만리향처럼 향기로운 꽃나무도 사고 싶다.
우리 집에서도 잘 살 수 있을까.
꽃이 핀 상태로 데려와도 꽃을 보는 시간은 짧을 것 같은데, 그래도 자꾸 마음이 간다.
나이가 들면 역시 화려한 꽃과 화려한 보석인가.
쓰고 보니 결론이 이상하다.
어쩌면 초라하게 느껴지는 나를 화려한 장신구로 감추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중학생 때 과학 선생님이 너희는 화장하지 않은 그대로가 예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가 그 시절 선생님 나이가 되고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싱싱함, 꾸미지 않아도 드러나는 생명력. 그 자체가 예뻤던 거다.
푸른 잎사귀를 보며 예쁘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비슷한 것 같다.
작은 화분 안에서 새잎을 내고 콩을 맺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게 된다.
나의 봄은 벌써 끝났고, 여름도 지나 이제 가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가끔은 몸과 마음에서 조금씩 물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매일 식물에 물을 주는 시간이 나에게도 필요한 것 같다.
퇴근하면 돌볼 식물이 있고, 내일은 직접 기른 콩을 볶아 먹을 예정이다.
이런 작은 즐거움을 곁에 두고, 다가올 겨울을 잘 보내고 싶다.
나의 작은 소망이다.
'취미가 있는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애니메이션_야무진 고양이는 오늘도 우울 (0) | 2023.09.15 |
|---|---|
| 애니메이션_이세계 미궁에서 하렘을 (0) | 2023.02.16 |
| 애니메이션_아하렌 양은 알수가 없어. (0) | 2023.02.16 |
| 고든 진(GORDON's)+토닉워터 (0) | 2023.01.13 |
| 일드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곳. (0) | 2022.11.05 |
댓글